12/31/2023

태양의 아이들(Khorshid, Sun Children, 2020)

 #34


국적: 이란
장르: 드라마

1.
좀도둑질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12살 소년 알리.
그와 세 친구들은 매일 아침 학교 대신
거리로 나가 돈벌이를 한다. 
어느 날,
지역 지하조직의 두목에게 끌려간
알리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공동묘지 밑 지하 터널에
보물이 묻혀있다는 얘기.
그리고 한몫 챙겨보겠냐는
두목의 제안. 

보물 얘기에 상기된 알리에게
두목은 지시한다.
묘지 밑 지하 터널은
'태양의 학교'의 지하실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패거리의 리더인 알리가
친구들을 데리고 학교에 입학한 후
땅굴을 파서 보물을 찾을 것.

아이들은 곧 부자가 된다는
꿈에 부풀어 저마다의
장래 희망을 떠벌인다.
알리는 집을 구해 병원에 있는
엄마를 모시고 살 생각이다.
아볼파즐은 식당을 차리고,
레자는 PC방을, 마마드는
세차장을 열 생각이다. 

알리와 친구들은 두목의 지시대로
학교에 입학한 후 몰래
지하실로 숨어든다.
두목 말은 사실이었다.
학교 지하실에서 숨겨진
지하 터널을 발견한 것이다.
일확천금의 꿈에 부푼
아이들은 묘지로 향하는
땅굴을 열심히 파 나간다.
땅굴이 깊어질수록 벼락부자의
꿈에 다가가는 듯했지만,
세상일은 역시나
생각처럼 순조롭지 못했다.


2.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1년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부문에
이란 대표로 출품되었다.

2020년 이란의 최대 영화제인
제38회 파즈르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상, 각본상,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알리 역의 루홀라 자마니는 
2020년 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3. 번역 후기
1)
초벌 번역을 해놓고 손 놨다가
2년 반 만에 다시 꺼내 마무리 지었다.
영어 자막에서 발견한 부족한 부분들은
아랍권 자막을 참조해 채웠다.

영화의 주무대인 '태양의 학교'는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대안 학교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손에는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팔아야 할
물건들이 쥐어져 있고,
주머니에는 담배와 칼, 너클 같은
무기들이 들어있다.

가정과 사회의 방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무 일찍
성숙해져 버린 아이들.
이들은 과연 어떤 단어들로
소통했을까, 번역 내내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2)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태양의 아이들'을 통해서
아동 노동 착취 실태를 고발한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부족한 노동력
충원을 위해서 '아동 노동 규제 완화'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아동 노동법이 현실화되면
14세 학생이 주류 업소에서 밤 9시까지
서빙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동 노동 규제 완화 법안에 서명하는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

주지사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다...
'아이들아,
내가 서명해 줄 테니까
열심히 일하렴!'

이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 걸까,
뒷걸음치는 걸까.
이것도 레트로 열풍일까.


4. 예상 등급
전체 관람


5. 예고편


6. 한글 자막

릴: HORiZON-ArtSubs
프레임 레이트: 24 FPS 
런타임: 01:38:43

.smi @ subscene
.smi @ cineaste

상업적 이용 NO
비영리 목적 OK

번역 & 제작: 3-2(3dasi2)
제작일: 2023.12.31



12/12/2023

신부가 된 복서(Father Stu, 2022)

1.
스튜어트 롱(Stuart Long):
생각해봤는데, 어느 정도는
죄를 지어도 될 것 같아.
너무 완벽하면
악마의 표적이 되거든.

제이콥(Jacob):
'바보 취급을 받아도
침묵을 지키는 게
헛소리하는 것보다는 낫다'

명언에는 명언으로
응답해야지.


2.
스튜어트 롱:
...세상이 절 몰라준다고요.
그런 세상에 복수하려고
계속 싸움질을 했죠.
그랬어요.

얼굴에 든 멍이나 흘렸던 피는
하늘의 부당함과 싸우며 생긴
영광의 흉터였어요.

물론 지금 꼴이 더 보기
안 좋지만 차이점이 있어요.
지금은 고통이 하느님의
선물인 걸 알죠.
헛소리처럼 들리겠지만
휠체어 탄 사람이 하는
말이니 그냥 들어요.

명심하세요.
우리 육신은 점점 늙지만
영혼은 매일 새로워집니다.
이 생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몰라도
영원한 영광을 준비하는
잠깐의 고통일 뿐이에요.

쉬운 삶을 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어려운 삶을 이겨낼 힘을 달라고
기도하세요.
왜냐하면 고난은 하느님의
가장 깊은 사랑이니까요.
예수님과 가까워질 기회죠.

고난을 즐기는 사람은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죠.
예수님도 절망하셨을 때가
있으니까요.

'하느님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십자가에 못 박혀
배신감에 울부짖으셨어요.
그 순간에 죄 없는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짊어지고 심판받으셨죠.
우리 대신 벌받으셨어요.
우리를 사랑하시니까요.
그 사랑은 어떤 악당조차도
하느님을 믿게 하죠.
그 사랑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여러분 모두에게
그 사랑을 보여주려고
하느님은 제게
이런 시련을 내리셨죠.
그래서 전 하느님께
매일 감사드립니다.


3.
스튜어트 롱:
고난이란 참 놀라운 경험입니다.
병으로 고통받으면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참된 삶의 길을 알게 됐죠.
겸손과 존엄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웠습니다.

가끔 저처럼 심하게 방황하던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통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고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바라시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 신부가 된 복서(Father Stu, 2022) 중 -
번역: 장제원


각본 / 감독
로잘린드 로스(Rosalind Ross)



10/03/2023

흰 암소의 발라드(Ballad of a White Cow, 2020)

 #33


국적: 이란 , 프랑스
장르: 드라마

1. 소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됐던
바박이 사형당한다.
그는 그저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판사들의 실수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미나.
법원은 뒤늦게나마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지만, 바박은 이미 세상에 없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미나에게
그들은 말한다.
“신의 뜻 아니겠습니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그저 보상금으로 잘못을 무마하려고만 할 뿐,
'신의 뜻'이란 종교의 가면 뒤에서
약자의 외침을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한다.

죽은 바박의 남동생은 형수인 미나와
결혼하고 싶어서 츠근대고, 시아버지는
손녀 비타를 데려가겠다며 미나에게
양육권 소송을 걸어온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높은
이란 문화에서 청각장애를 지닌
어린 딸의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
앞날이 막막한 그녀 앞에
레자라고 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바박의 친구라는 그는 미나와 비타에게
조건 없는 도움을 주며 모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모녀에게 레자는 신이 보내주신
수호천사 그 이상의 존재다.
미나는 레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기에 이르고, 레자 역시 미나에게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레자는 모녀에게 결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다.


2. 번역 후기
1)
코란, 쿠란, 혹은 꾸란.
이 이슬람 경전의 한글 표기가 확정되지
않아서 여러 이름으로 혼용되는 상태다.
번역을 하며 '꾸란 주해 (최영길 저, 2010)'를
참조했기에 '꾸란'으로 표기했다.

2)
제목 '흰 암소의 발라드(Ballad of a White Cow)'는 
이슬람 경전 꾸란의 '암소의 장(알-바까라)'에서
비롯되었으며, '흰색 소'는 죄가 없음에도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한 은유이다.

영화는 이란의 종교-법치 시스템과 사형제도,
여성과 인권 문제를 솔직 과감하게 들춰낸다.
영화 속 이란 사회의 폐단을 체험하며
요즘의 한국을 본다.
거대 종교 권력의 정치 개입, 법치 만능주의,
세대와 젠더 갈등으로 분열 가도를
달리는 우리 사회의 오늘.
우리들의 바박, 우리들의 미나와 비타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3)
사회적 지위와 언어
남성의 도움 없이는 셋방 한 칸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높은 나라가 이란이라고 한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 셋집을 알아보는
미나에게 부동산 중개인이 말한다.
과부나 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마약 중독자는 집을 빌릴 수 없다고 말이다.
미나의 사회적 위치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반말과 존댓말과 같은 어투에서
관계의 수직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존댓말을
쓰기도 하지만 때론 노골적인 하대의
의미로 반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미나와 남성들의 대화에서
남성들은 미나에게 반말 혹은 반존댓말을,
미나는 남성들에게 높임말을 사용함으로써
미나의 사회적 위치를 표현해 보았다.
(참고로 아랍어도 한국처럼 나이에 따라
반말, 존댓말을 쓴다고 한다.)

3. 예상 등급
전체 관람

4. 예고편


5. 한글 자막

릴: TEPES
프레임 레이트: 24 FPS 
런타임: 01:45:23

.smi @ subscene
.smi @ cineaste

상업적 이용 NO
비영리 목적 OK

번역 & 제작: 3-2(3dasi2)
제작일: 2023.09.30

7/01/2023

플레이밍 핫(Flamin' Hot, 2023)


1.
리처드 몬타녜스(Richard Montanez):
모르는 악마보다는
아는 악마가 낫잖아요, 아버지.

아버지:
바보짓이야, 그들은 널
믿지도, 신경 쓰지도 않아.

리처드 몬타녜스:
아버지는요?
늘 저한테 한심하다고만
하시잖아요.
전 보잘것없고
무능력하다고요.
그러면서 신이 날 믿는다는
말을 믿으라고요?

아버지:
그분은 그러셔.

리처드 몬타녜스:
그 책에선 그렇겠죠.


2.
리처드 몬타녜스:
잘 들으세요, 목사님.
저 사람이 날 평생
두들겨 팼던 거 모르시죠?
하지만 상관없어요.
내 피부와 머리통은 단단하니까.
진짜 끔찍한 게 뭔지 알아요?
매일 날 괴롭히던 아버지 목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있단 거예요.
왜 그런지 몰라도
그건 떨칠 수가 없더군요.


3.
리처드 몬타녜스:
신이시여, 하느님, 주님...
전지전능하신 분.
살면서 실수 많이 한 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
건달 짓, 총기, 마약
차량 절도, 또 다른 마약.
약 종류도 많아요.
전 나빴던 게 아니라
길을 잃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착하게 살고 있으니...
...
주님, 제 지난 죄를
모두 용서해 주시고...
이 상자에 축복을 내려 주세요.
아멘?


4.
리처드 몬타녜스 (독백):
아버지만큼 재판에 많이 나가 보면
넥타이 매기 선수가 되죠.

아버지:
내가 할 말은 없다만...
들어 봐라.
네가 자랑스럽다, 아들.
오늘의 너를 있게 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서, 난 늘 후회할 거야.
평생 말이다.

- 플레이밍 핫(Flamin' Hot, 2023) 중 -
번역: 이보람


각본
루이스 콜릭(Lewis Colick)
린다 이베트 차베스(Linda Yvette Chavez)

원작
리처드 몬타녜스(Richard Montanez)

감독
에바 롱고리아(Eva Longoria)


멋진 세계(すばらしき世界, Under the Open Sky, 2020)


쇼지 츠토무:
정말 필요한 것 외에는
버리고 가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어.

모든 일에 관여할 만큼
인간은 강하지 못해.
그러니까 도망치는 건
패배가 아닐세.

용기 있는 후퇴라는 말도
있잖아.
도망가야 두 번째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거야.

- 멋진 세계(すばらしき世界, 2020) 중 -
번역: 조소라 (2021 전주국제영화제)


원작
사키 류조(Saki Ryuzo)

각본 감독
니시카와 미와(Miwa Nishikawa)


2/28/2023

더 웨일(The Whale, 2022)

1.
찰리(Charlie):
정말로 곧 종말이 올 것 같아?

토마스(Thomas):
성경에선 그때가 몇 날 몇 시인지
아무도 알 수 없댔지만,
아마도 저흰 말기를 살고 있을 거예요.

찰리(Charlie):
걱정되지 않니?

토마스(Thomas):
네.
현 세상을 대체할 더 좋은
세상이 온다는 개념이거든요. 
이 나라, 이 행성의 나쁜 걸 싹 다
쓸어버린 후에 순수하고 신성한
것들로 채워서...

찰리:
미안해, 잘난체하는 건 아닌데,
다 아는 얘기야.

토마스:
무슨 말씀이시죠?

찰리:
내가 모르긴 몰라도
새 생명 교회가 쓴 건
다 읽어봤을 거야.
아마도 출판된 팸플릿 전부 다.

토마스:
와, 정말 훌륭하세요.
근데 이 책자들은 시작에 불과해요.
성경에는 정말 많은...  

찰리:
성경도 읽어 봤어.

토마스:
정말요?

찰리:
그럼, 두어 번이나.

토마스:
맘에 드셨나요?

찰리:
참담하다고 생각했어.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천국에서 쫓아내셨지.
인간은 수천 년을 떠돌아다니면서
서로를 죽여댔어, 하나님이 돌아오셔서 
14만 4천 명을 구원하시기 전까지.
그 사이에 75억 명의 사람들은
지옥불에 떨어졌지.

2.
찰리:
이 과제들은 중요하지 않아.
이 강의도 중요하지 않아.
대학교도 중요하지 않아.
너희가 쓴 이 기발하고 진솔한 글들, 
이게 중요한 거야.

-  더 웨일(The Whale, 2022) 중 -
대사 번역: 3-2


원작, 각본
사무엘 D. 헌터(Samuel D. Hunter)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