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2017

잉그리드 고즈 웨스트(Ingrid Goes West, 2017)


SNS 중독. 관종. 스토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잉그리드에게
SNS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삶이다.

거짓이어도 상관없었다.
그저 SNS 세상 속에서만큼은
화려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허물은 벗겨지기 마련.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SNS에 남기기 위해 잉그리드는
스마트폰으로 셀프 동영상을 찍는다.

모두 안녕?
나야, 잉그리드.

이런 건(셀프 동영상) 처음인데...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한 번 해보기로 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지난 몇 달간 올린 게시물들은 
전부 다 거짓이었어. 

난 사진처럼 L.A.에서
화려한 삶을 살지 않았어. 

난... 루저야.
난 찌질이야.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겠어.
바꿀 수 없을 것 같아.

어쩌면 난...
원래 이런 애인가 봐.

사람들에게 관심받으려고
애쓰는 것도 지쳤어.
내가 아닌 나를 연기하려니 힘드네.

외톨이인 것도 지쳤어.
그리고...
내가 나인 것도 지쳤어.

이런 생각이 들어.
무엇이 됐든 그걸 함께할 누군가가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동영상을 찍는 건, 내 본모습을
한 번쯤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자, 이게 나야.
(그리고 알약들을 입안에 털어 넣는다)

- 잉그리드 고즈 웨스트(Ingrid Goes West, 2017) 중 -
번역:3-2



각본
데이비드 브랜슨 스미스(David Branson Smith)
맷 스파이서(Matt Spicer)

감독
맷 스파이서(Matt Spicer)



10/01/2017

히어로(The Hero, 2017)


샬롯:
시 한 편 읊어줄 테니까 앉아봐요.


<음악 없는 만가>
빈센트 밀레이 지음

나는 체념하지 않겠다. 사랑하는 가슴들이
딱딱한 땅속에 갇혀버리는 것에.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왜냐하면 아득한 옛날부터 그러했기에.

암흑 속으로 그들은 들어간다, 지혜로운
자들, 아름다운 자들. 백합과 월계수로
엮은 관을 쓰고 그들은 간다.
그러나 나는 체념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하는 사람들,
그대와 함께 땅속으로.
누구든 가리지 않는 갑갑한 흙과 하나가 된다.
그대가 느꼈던 것, 그대가 알았던 것의 한 단편,
늘 쓰던 한마디 말, 한마디 문구는 남아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없어졌다.

빠르고 예리한 그 대답들, 그 정직한 표정,
그 웃음, 그 사랑-

그러한 것들은 사라졌다. 그러한 것들은
장미들을 먹여 키우기 위해 사라졌다.
장미 꽃송이는 우아하고 돌돌 말려 있다.

장미 꽃송이는 향기롭다. 알고있다.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장미들보다 네 눈빛이 더욱 소중했다.

밑으로, 밑으로, 밑으로 무덤의 어둠 속으로 
가만희 그들은 내려간다, 아름다운 자,
다정한 자, 친절한 자.
조용히 그들은 내려간다, 총명한 자,
재치있는 자, 용감한 자.
알고 있다. 그러나 난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체념하지 않는다.

- 히어로(The Hero, 2017) 중 -


시 번역 출처:
<죽음의 엘레지(Elegy before Death,1920)>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최승자 역, 읻다, 2017, p.109



각본
브렛 헤일리(Brett Haley)
마크 바슈(Marc Basch)

감독
브렛 헤일리(Brett Ha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