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2015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1.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고 있다.
강계열 할머니가 말한다.

아휴 예뻐라

할미새가 그렇게 우네

다시 태어난다면 
난 꾀꼬리

노란 꾀꼬리

저 높은 산에서
꾀꼴레루 꾀꼴레루

노란 꾀꼬리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어


2.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 '꼬마'가 죽었다.
꼬마를 땅에 묻고 오는 길,
강계열 할머니가 말한다.

불쌍해 죽겠네
불쌍해 죽겠네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어
정말 꿈에도 몰랐어

아이고, 세상에

다시는 못 보겠네
우리 꼬마를

꼬마야...

꼬마가 할아버지 간 뒤에
찾을까봐 근심했더니
꼬마가 먼저 갔다

할아버지는 나중에 또 가겠지

나는 그 뒤 따라가고
세상에

할아버지도 가면 나 혼자서 살겠지
우리 공순이하고


3.
강아지 '공순이'가 새끼를 가졌다.
옆집 목사님네 강아지 때문이다.
강계열 할머니가 말한다.

목사님네 강아지 오거든 
우리 때려줍시다

귀때기를 갈겨주자고

똥도 똑 우리 집에 와서 
싼다고

우리 공순이 노는데 와서
똥을 싸고 달아나

개도 아주 못생겼어

아주 못생긴게
내 속을 썩이네

왜 그렇게 못생겼는지 몰라
뭔 놈의 개새끼가

그놈의 개새끼
아주 오라질 놈의 개새끼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중 -



감독
진모영